두돌인데 말을 못해요|언어지연일까 자폐일까? ( 두돌아이 언어 체크)
두돌인데 말을 못해요|언어지연일까 자폐일까?
“두돌이 됐는데 아직 말을 거의 못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또래 아이가 “엄마 물”, “더 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부터 부모 마음속에는 이런 걱정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도 말을 해야 하는데… 혹시 언어지연일까?”
“말이 늦는 게 혹시 자폐의 신호는 아닐까?”
특히 두돌 전후는 언어 발달의 개인차가 크게 보이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발달 문제를 조기에 살펴보기 좋은 시기입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부터 말씀드리면,
두돌에 말을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이 늦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단순한 표현언어 지연일 수도 있고, 청력 문제나 전반적인 발달지연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언어지연과 함께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반복적인 행동이 나타난다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하느냐, 못 하느냐” 하나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불안했던 그 겨울, 저는 이렇게 답을 찾아갔습니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옆에 앉은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저기 봐, 강아지 있다" 하니까, 아이가 손가락으로 강아지를 가리키며 "멍멍! 엄마도 봐!" 하고 소리쳤습니다. 별일 아닌 장면이었는데, 저는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그맘때 "엄마", "물" 정도의 단어만 겨우 하고 있었거든요. 두 단어를 이어서 말하는 건 물론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도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이상하게 다른 아이들의 말이 자꾸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도 그런데, 왜 말을 안 할까?"
문화센터에 가면 선생님 질문에 대답하는 또래 아이들이 보였고, 친척 모임에서는 비슷한 개월 수의 조카가 새로운 단어를 쓰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애써 넘겼습니다.
"아이마다 다르지, 뭐." "조금 늦되는 아이도 있다던데."
그런데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질문이 계속 고개를 들었거든요.
"근데 우리 아이는 왜 아직 말을 못하지?"
한번 그 질문이 생기고 나니,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말 한마디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게 됐고, 다른 아이 행동과 저도 모르게 비교하게 됐습니다.
결국 저는 휴대폰을 붙잡고 검색창에 이렇게 쳤습니다.
"자폐 초기증상"
검색을 할수록 더 불안해졌던 이유
여기서부터가 진짜 힘든 시기였습니다.
어떤 글에서는 "말이 늦으면 무조건 빨리 검사받아야 한다"고 했고, 다른 글에서는 "두돌까지는 좀 더 지켜봐도 된다"고 했습니다. 어떤 부모님이 올린 사례를 읽으면 우리 아이와 똑같은 것 같았고, 또 다른 사례를 읽으면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제가 정말 힘들었던 건 아이의 상태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나 혼자서는 알 수가 없다"**는 막막함이었습니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안한 조각들만 쌓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정리가 잘 된 정보를 보게 됐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놓였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두돌에 말을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말이 늦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단순한 표현언어 지연일 수도 있고, 청력 문제나 전반적인 발달 속도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언어지연과 함께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반복적인 행동까지 같이 보인다면, 그때는 좀 더 자세한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즉, "말을 하느냐 못 하느냐" 하나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저는 아이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을 바꾸자 보이기 시작한 것들
'우리 아이가 왜 말을 못하지?'라는 질문 대신, **'우리 아이는 지금 나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지?'**로 질문을 바꿔봤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아이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말은 아니어도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물을 마시고 싶을 때는 제 손을 잡아 냉장고 앞으로 끌고 갔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보면 저를 힐끔 쳐다보며 웃었고, 이름을 부르면 확실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말이라는 수단만 없었을 뿐, 아이는 이미 저와 계속 대화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지점에서 제가 찾아본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만 2세 발달 이정표도 도움이 됐습니다. 거기엔 이런 항목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 두 단어를 함께 말하기
- "곰 어디 있어?" 같은 질문에 책 속 대상을 가리키기
- 몸의 두 부분을 지목하라고 하면 반응하기
- 손 흔들기나 가리키기 외에 다른 제스처도 사용하기
이걸 보고 나서야 저는 단순히 "단어가 몇 개인가"만 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기 시작했습니다.
-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는가
- "가져와", "앉아" 같은 말을 이해하는가
- 원하는 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가
- 재미있는 걸 나에게 보여주려고 하는가
- 나와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는가
- 손짓이나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는가
- 내 행동이나 표정을 따라 하는가
- 장난감으로 다양한 놀이를 하는가
-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가
- 예전에 하던 말이나 행동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하나씩 짚어보니, 우리 아이는 이해언어나 사회적 반응은 꽤 있는 편이었고, 다만 표현하는 말이 유독 늦된 쪽이라는 게 조금씩 보였습니다.
"말귀는 잘 알아듣는데"라는 말의 무게
주변 어른들이 "말은 못해도 알아듣는 건 잘하잖아"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저도 이 말에 기대고 싶었던 적이 많습니다.
찾아보니 언어는 크게 이해하는 언어와 표현하는 언어로 나뉜다고 하더군요. "신발 가져와" 했을 때 정말로 신발을 가져온다면, 이해언어 자체는 꽤 발달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아이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함께 알게 됐습니다. 언어뿐 아니라 사회적 의사소통, 제스처, 공동관심, 놀이 방식, 모방, 반복행동 같은 부분들도 같이 살펴봐야 전체적인 그림이 보인다는 거였습니다.
특히 제가 새롭게 눈여겨보게 된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가리키기'였습니다. 단순히 손가락으로 뭔가를 짚는 게 아니라, 그걸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 쓰는지가 핵심이라고 하더군요. 길을 가다 강아지를 보고 "어!"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제 얼굴을 쳐다본다면, 그건 자기 관심을 저와 나누려는 행동입니다. 반대로 원하는 과자를 얻으려고 제 손만 끌어당길 뿐, 재미있는 걸 발견했을 때 저에게 보여주려는 행동이 거의 없다면 조금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것도요.
다른 하나는 눈맞춤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눈맞춤을 잘하니까 괜찮다"거나 "눈맞춤이 부족하니 자폐다"라고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눈맞춤은 이름에 대한 반응, 가리키기, 공동관심, 모방, 놀이 등과 함께 봐야 의미가 있는 신호였습니다.
결국 병원에 가보기로 한 이유
한참을 관찰하고 정보를 찾아보면서, 저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를 계속 반복하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한번 보여드리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18개월과 24개월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고, 발달검사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으면 추가 평가와 조기중재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부모가 느끼는 걱정 자체도 평가를 시작할 만한 중요한 정보로 본다는 점이었습니다. "괜히 유난 떠는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좀 덜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 저는 며칠에 걸쳐 아이의 모습을 조금씩 적어봤습니다.
- 아이가 실제로 쓰는 말 (엄마, 물, 까까, 멍멍처럼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도 일관되게 쓰는 표현까지)
- 아이가 알아듣는 말 ("신발 가져와", "문 닫아" 같은 지시)
- 손짓과 몸짓 (가리키기, 손 흔들기, 고개 끄덕임, 손 끌기)
- 이름 반응, 눈맞춤, 물건 보여주기, 함께 웃기, 따라 하기
- 좋아하는 놀이와 그 안에서 보이는 반복적인 패턴
이렇게 적어보니 "뭔가 말이 늦은 것 같아요"라고 막연히 말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아이의 상태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받을 때도 이 기록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 같은 불안 속에 있는 부모님께
돌아보면 그 시기의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아이 자체가 아니라, 아이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두돌 아이의 말 때문에 마음 졸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무조건 기다리라고도, 무조건 검사부터 받으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먼저 아이가 하는 말이 몇 개인지보다, 말이 아닌 방식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살펴봐 주세요.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 원하는 걸 표현하는 방식, 나와 관심을 나누려는 행동, 좋아하는 놀이의 모습을 하나씩 기록해 보세요.
그리고 걱정이 계속된다면, 그 기록을 들고 전문가를 찾아가 보세요. 저는 검사를 받는 것과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는 아이에게 이름표를 붙이기 위한 게 아니라, 지금 이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한 과정이니까요.
말이 늦다는 사실 하나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가 지금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선을 갖게 된 순간부터, 저는 불안 대신 아이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참고문헌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Promoting Optimal Development: Identifying Infants and Young Children With Developmental Disorders Through Developmental Surveillance and Screening. Pediatrics.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Surveillance/Monitoring and Screening.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Developmental Surveillance and Screening Patient Care.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Milestones by 2 Years.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Signs and Symptoms of Autism Spectrum Dis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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