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감각과민 증상 총정리|소리·촉감·빛·냄새·음식에 예민한 아이, 자폐와 관련 있을까?
아이 감각과민 증상 총정리|소리·촉감·빛·냄새·음식에 예민한 아이, 자폐와 관련 있을까?
아이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이런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청소기 소리만 들으면 귀를 막아요."
"옷에 붙어 있는 라벨을 너무 싫어해요."
"머리를 감기거나 손톱을 깎을 때 너무 힘들어해요."
"특정 음식의 냄새만 맡아도 먹지 않으려고 해요."
"밝은 곳에 가면 눈을 찡그리거나 힘들어해요."
부모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감각에 너무 예민한데, 혹시 자폐와 관련이 있을까요?"
감각에 대한 반응이 또래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관찰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감각과민이 있다고 해서 자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늘은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감각과민의 증상부터 감각저하, 감각추구의 차이, 자폐와의 관계, 부모가 관찰해야 할 신호와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까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 감각과민이란 무엇일까요?
감각과민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감각 자극을 지나치게 강하거나 불편하게 느끼는 반응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크기의 소리를 들었을 때,
다른 아이는 그냥 지나가는데
어떤 아이는 귀를 막고
울거나 도망가거나
불안해하거나
그 장소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예민한 아이"라고 표현하기보다 어떤 감각에,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로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감각 반응은 소리 하나에만 나타날 수도 있고 여러 감각 영역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2. 아이에게 나타나는 감각과민 증상 총정리
① 소리에 예민한 아이
가장 쉽게 발견되는 감각 반응 중 하나입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청소기 소리를 유난히 싫어한다.
드라이기 소리에 귀를 막는다.
화장실의 손 건조기 소리를 무서워한다.
큰 박수나 풍선 터지는 소리에 심하게 놀란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불안해한다.
특정 목소리나 기계음을 특히 싫어한다.
갑작스러운 소리가 나면 울거나 도망간다.
소음이 많은 공간에 오래 머무르기 힘들어한다.
반대로 소리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거의 없거나 큰 소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청력 문제 등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합니다.
② 촉감에 예민한 아이
촉각에 대한 민감성은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불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옷의 라벨을 견디지 못한다.
특정 재질의 옷만 입으려고 한다.
양말의 이음새를 매우 불편해한다.
맨발로 특정 바닥을 걷는 것을 싫어한다.
머리를 감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힘들어한다.
손이나 얼굴에 무언가 묻는 것을 싫어한다.
다른 사람이 갑자기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손에 물이나 모래가 묻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행동을 단순한 "까다로움"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아이에게는 실제로 상당히 강한 감각적 불편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③ 빛과 시각 자극에 예민한 아이
시각적인 자극에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밝은 햇빛을 힘들어한다.
형광등을 불편해한다.
특정 조명 아래에서 불안해한다.
강한 빛을 피하려 한다.
물체를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본다.
빛이나 움직이는 물체를 오래 바라본다.
반짝이는 물체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인다.
특히 빛이나 움직임 자체에 강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단순한 시각 과민과는 다른 양상일 수 있습니다.
자폐에서는 감각 자극에 대한 과민뿐 아니라 특정 감각 자극을 반복적으로 바라보거나 만지고 냄새 맡는 등 감각적 관심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3. 냄새에 예민한 아이
냄새는 부모가 놓치기 쉬운 감각 영역입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음식 냄새를 지나치게 싫어한다.
향수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세제나 비누 냄새를 싫어한다.
특정 장소의 냄새 때문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냄새가 조금만 달라도 음식을 먹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잘 느끼지 못하는 냄새에 반응한다.
냄새에 대한 반응은 식사 문제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음식과 맛에 예민한 아이
부모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부분입니다.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다면 단순한 편식인지 감각적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특정 색깔의 음식만 먹는다.
특정 온도의 음식만 먹는다.
바삭한 음식만 좋아한다.
부드러운 음식은 거부한다.
음식의 냄새만 맡고 먹지 않는다.
음식이 서로 섞이는 것을 싫어한다.
새로운 음식을 극도로 거부한다.
특정 브랜드나 모양의 음식만 먹으려고 한다.
음식의 질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달라진다.
음식의 선택성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단순히 "편식이 심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감각적 특성, 구강운동, 섭식 문제, 발달 특성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통증이나 온도에 둔감한 아이도 있습니다
감각 문제는 항상 "예민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각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약하게 나타나는 아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쳐도 크게 아파하지 않는다.
뜨겁거나 차가운 것에 대한 반응이 약하다.
넘어져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통증 반응이 적다.
피부에 작은 상처가 생겨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감각에 대한 저반응 역시 자폐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감각 특성 중 하나입니다. DSM-5에서는 감각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뿐 아니라 저반응도 자폐의 제한적·반복적 행동 영역의 한 특징으로 다룹니다.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6. 오히려 감각을 계속 찾는 아이도 있습니다
감각 반응은 "싫어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특정 감각을 계속해서 찾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계속 빙글빙글 돈다.
흔들리는 것을 좋아한다.
물건을 계속 만진다.
손으로 특정 표면을 반복해서 문지른다.
장난감을 계속 돌린다.
물건을 계속 입에 넣는다.
특정 소리를 반복해서 듣는다.
빛이나 움직임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냄새를 반복해서 맡는다.
몸을 계속 흔들거나 뛰어다닌다.
이를 감각추구(sensory seeking)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즉, 감각 특성은 크게 보면
① 너무 강하게 느끼는 경우
② 자극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
③ 특정 감각을 계속 찾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7. 감각과민이 있다고 모두 자폐일까요?
아닙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감각에 대한 특이한 반응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흔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자폐가 아닌 아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감각 관련 어려움이 자폐뿐 아니라 ADHD, 불안장애 등 다른 발달·행동 특성과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따라서
"우리 아이가 소리에 예민하다 → 자폐다."
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자폐 진단은 감각과민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특성, 제한적·반복적 행동 및 관심 등의 여러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루어집니다.
8. 그렇다면 언제 자폐를 함께 살펴봐야 할까요?
감각 특성과 함께 다음과 같은 발달 특성이 여러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상호작용
눈맞춤이 적다.
사람과 함께하는 놀이보다 혼자 하는 놀이를 선호한다.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래에게 관심을 보이는 방식이 다르다.
의사소통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적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동이 적다.
원하는 것을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말을 하더라도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어렵다.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늦거나 특이한 언어 사용이 나타난다.
반복적 행동과 관심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장난감을 특정 방식으로만 가지고 논다.
물건을 줄 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변화에 매우 힘들어한다.
특정 관심사에 지나치게 몰입한다.
감각 특성
특정 소리나 촉감을 극도로 싫어한다.
특정 감각을 계속 찾는다.
통증이나 온도에 대한 반응이 또래와 다르다.
빛이나 움직임에 강한 관심을 보인다.
이처럼 한 가지 행동보다 여러 발달 영역이 함께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9. 부모가 집에서 관찰할 때 가장 중요한 5가지
감각과민이 의심된다면 단순히 "예민하다"고 기록하기보다 다음 내용을 적어보세요.
| 관찰할 내용 | 기록 예시 |
|---|---|
| 어떤 감각인가? | 소리, 촉감, 빛, 냄새, 맛 |
|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가? | 식당, 목욕, 외출 |
| 아이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 귀를 막음, 울음, 도망감 |
| 얼마나 지속되는가? | 5분, 20분 등 |
|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가? | 식사·수면·외출에 어려움 |
예를 들어
"소리에 예민해요."
라고 기록하는 것보다
"대형마트에서 갑자기 방송 소리가 나오면 귀를 막고 울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약 10분 정도 지속된다."
처럼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10. 부모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방법
감각과민이 있는 아이에게 무조건 "참아!"라고 요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먼저 어떤 자극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리에 민감하다면
갑작스러운 큰 소리를 줄여주세요.
외출 전 큰 소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알려주세요.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세요.
촉감에 민감하다면
아이가 편안해하는 옷을 우선 사용하세요.
갑자기 만지기보다 먼저 알려주세요.
새로운 촉감은 아주 조금씩 경험하도록 도와주세요.
음식에 민감하다면
억지로 먹이기보다 현재 먹을 수 있는 음식부터 파악하세요.
음식의 질감·온도·냄새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세요.
성장과 영양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세요.
외출이 어려운 경우
아이에게 "왜 이것도 못 참아?"라고 묻기보다
"이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구나."
라고 아이의 경험을 먼저 인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11. 감각통합치료는 무조건 효과가 있을까요?
이 부분도 부모들이 많이 궁금해합니다.
감각 관련 어려움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와 중재가 사용되고 있지만, 모든 감각 기반 치료가 동일하게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의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감각 관련 중재 연구의 규모가 작고 연구 방법에도 한계가 있으며, 일부 접근에서 단기적인 긍정적 결과가 보고되었지만 근거의 확실성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따라서
"감각통합치료를 하면 자폐가 좋아진다."
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치료를 선택한다면 아이에게 실제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먼저 평가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변화 여부를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2. '감각처리장애'라고 바로 진단해도 될까요?
여기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부모들이 인터넷에서 흔히 접하는 '감각처리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라는 표현이 있지만, 미국소아과학회는 이를 소아청소년의 독립적인 진단명으로 사용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감각 관련 증상이 있다면 자폐, ADHD, 발달협응장애, 불안 등 다른 발달·행동 특성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AAP의 입장입니다.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따라서 부모가 인터넷 체크리스트만 보고
"우리 아이는 감각처리장애입니다."
라고 결론 내리기보다는 아이의 발달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3.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해보세요
감각 특성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아이의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한다면 상담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출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소리에 반응한다.
옷을 거의 입지 못할 정도로 촉감에 민감하다.
음식 종류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다.
목욕·양치·머리 자르기가 심각하게 어렵다.
감각 문제로 어린이집이나 학교생활이 힘들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통증이나 온도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감각 특성과 함께 언어·사회성·놀이 발달에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언어지연이나 이름에 대한 반응 저하 등이 함께 있다면 청력 문제 등을 포함한 평가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AAP는 언어지연이나 언어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아이의 초기 평가에서 청력 평가를 고려하도록 권고합니다.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14. 감각과민 부모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몇 개가 해당되는지 확인해보세요.
소리
□ 특정 소리를 매우 싫어한다.
□ 귀를 자주 막는다.
□ 갑작스러운 소리에 심하게 놀란다.
□ 사람이 많은 곳을 힘들어한다.
촉감
□ 특정 옷만 입으려고 한다.
□ 옷의 라벨이나 양말을 싫어한다.
□ 머리 감기나 머리 자르기를 힘들어한다.
□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시각
□ 밝은 빛을 힘들어한다.
□ 특정 빛이나 움직임을 오래 바라본다.
□ 물체를 매우 가까이에서 본다.
냄새·맛
□ 특정 음식 냄새를 극도로 싫어한다.
□ 음식 종류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 음식의 질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달라진다.
감각저하·감각추구
□ 다쳐도 통증 반응이 적다.
□ 뜨겁거나 차가운 것에 대한 반응이 약하다.
□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좋아한다.
□ 물건을 계속 만지거나 입에 넣는다.
□ 특정 소리·빛·움직임을 반복해서 찾는다.
체크 개수 자체가 진단 기준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감각 특성이 나타나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리고 아이의 생활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입니다.
15. 유안이 부모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
감각에 예민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는 쉽게 지칩니다.
"왜 이것 하나를 못 참을까?"
"다른 아이들은 괜찮은데 우리 아이만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일부러 까다롭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각과민을 볼 때
"왜 이 행동을 하지?"
보다
"이 행동 전에 아이에게 어떤 감각이 들어왔을까?"
를 먼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감각 특성을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고집'이나 '문제행동'으로만 바라보던 부모가
"아, 이 아이에게는 이 자극이 정말 힘들 수 있겠구나."
라고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돕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유안의 한마디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다 보면 부모는 자꾸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큰 소리를 싫어할까?
왜 다른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입는 옷을 우리 아이는 못 입을까?
왜 목욕이나 양치를 그렇게 힘들어할까?
왜 특정 음식만 먹으려고 할까?
왜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갑자기 힘들어할까?
처음에는 이런 행동을 '예민하다', '까다롭다', '고집이 세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전에는 그 행동 자체만 바라볼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발달을 공부하고, 아이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때때로 아이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른에게는 작은 소리처럼 느껴지는 소리가 아이에게는 너무 크게 들릴 수 있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옷의 촉감이 아이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자극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감각과민이 자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감각적인 특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어떤 자극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를 관찰할 때는
"왜 이렇게 행동하지?"에서 멈추지 않고,
"이 행동을 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이에게 어떤 감각이 부담스러웠을까?"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고 한 번 더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어려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의 시선이 달라지면 아이를 대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또 왜 그래?"라고 말하는 대신
"이게 많이 힘들었구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되고,
"그냥 참아."라고 요구하는 대신
"조금 쉬었다가 다시 해볼까?"라고 기다려줄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아이를 돕는 첫 번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바꾸기 전에 아이를 이해하려는 것.
유안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행동 뒤에 있는 작은 신호를 발견하고,
그 신호를 통해 아이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감각과민이라는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감각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아이'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부모의 관찰은
아이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나의 경험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에는 아이가 특정한 감각에 유난히 예민하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른인 저에게는 별것 아닌 소리나 냄새, 옷의 촉감이 아이에게는 그렇게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울거나 짜증을 내면 처음에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조금만 참으면 될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계속 관찰하다 보니 특정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소리와 촉감에 대한 반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주변이 시끄러운 곳에 가면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졌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소리에도 아이가 귀를 막거나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끄러운 것이 싫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이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소리가 훨씬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갈 때는 오래 머무르지 않으려고 했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면 잠시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옷과 촉감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옷을 입히려고 하면 특정 옷을 유난히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옷의 디자인보다는 옷감이나 피부에 닿는 느낌 자체를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아이가 입기 편해하는 옷을 찾아주려고 했습니다. 옷의 재질이나 봉제선, 목 부분 등을 살펴보고 아이가 불편해하는 요소를 조금씩 줄여주려고 했습니다.
음식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이에게는 먹는 음식의 종류가 제한적이었고, 새로운 음식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편식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한 입만 먹어보자.”
“이것도 맛있어.”
하며 여러 번 권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먹이려고 할수록 아이가 음식 자체를 더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단순히 “편식이 심하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음식의 맛뿐 아니라 냄새, 질감, 온도,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촉까지 아이에게는 모두 중요한 감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음식을 한꺼번에 먹이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익숙한 음식부터 조금씩 경험하도록 하려고 했습니다.
빛이나 냄새에 대해서도 아이가 특정 상황에서 유난히 불편해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관찰하다 보니 아이의 감각적인 예민함이 단순히 “까다로운 성격”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이가 피곤하거나 낯선 장소에 있을 때는 평소보다 감각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감각과민을 단순히 없애야 하는 문제로 생각하기보다 아이에게 어떤 환경이 편안하고 어떤 환경이 힘든지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특정 소리를 힘들어하거나 음식을 심하게 가릴 때마다 혹시 발달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은 감각에 예민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폐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 놀이, 행동 특성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하고, 발달 전반에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전문가에게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에게 가장 큰 변화는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방법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왜 이것도 못 먹지?”
“왜 이 소리가 그렇게 싫을까?”
“왜 옷을 이렇게 싫어하지?”
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이 음식의 어떤 느낌이 불편할까?”
“이 소리가 아이에게는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
“옷의 어떤 부분이 불편한 걸까?”
이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아이의 감각과민을 경험하면서 저는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만큼 아이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모든 예민함을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알아가는 것 자체가 아이를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저에게 감각과민을 관찰했던 시간은 단순히 아이의 예민한 부분을 찾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이가 어떤 감각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 먼저 이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예민할까?”가 아니라
“아이에게 지금 무엇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아이를 대하는 제 마음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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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 (DSM-5).
Hyman SL, Levy SE, Myers SM, et al. Identification, Evaluation, and Management of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Pediatrics. 2020;145(1):e20193447.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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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Sensory Integration Therapies for Children With Developmental and Behavioral Disorders. Pediatrics. 2012;129(6):1186–1189.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Weitlauf AS, Sathe N, McPheeters ML, Warren ZE. Interventions Targeting Sensory Challenges in Autism Spectrum Disorder: A Systematic Review. Pediatrics. 2017;139(6):e20170347.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Sensory features in autism spectrum disorder 관련 연구자료. (CDC Stacks)
⚠️ 부모님께 드리는 안내
이 글의 체크리스트는 진단을 위한 검사가 아닙니다.
감각과민·감각저하·감각추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다른 발달·행동 특성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발달이 걱정된다면 감각 증상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 놀이, 행동, 운동 및 일상생활 기능을 함께 평가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