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이의 ‘문제행동’은 왜 나타날까?|행동 뒤에 숨은 아이의 신호 이해하기 (문제행동의 이유, 행동관찰법, 감각살피기, 반복행동의 이해, 부모가 알아야할 원칙)
발달장애 아이의 ‘문제행동’은 왜 나타날까?
행동만 보지 말고, 행동 뒤에 숨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세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바닥에 드러눕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사람을 때리거나,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순간입니다.
부모는 당황합니다.
"왜 이러는 걸까?"
"어떻게 고쳐야 하지?"
"이 행동을 그냥 두면 안 되는 것 아닐까?"
특히 발달장애나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아이의 경우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부모의 걱정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 가지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저런 행동을 할까?"가 아니라 "이 행동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아이에게 말이나 의사소통 방법이 충분하지 않다면 행동이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문제행동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특정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운다.
활동을 갑자기 바꾸면 소리를 지른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귀를 막는다.
어려운 과제가 시작되면 자리를 피한다.
자신의 요구를 말로 표현하지 못해 물건을 던진다.
이런 행동은 단순한 '고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2. 아이가 행동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이유
①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주세요."
"싫어요."
"더 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이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울음이나 행동으로 대신 표현할 수 있습니다.
② 하기 싫은 것을 피하기 위해
어려운 활동이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망가거나 거부하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③ 관심을 얻기 위해
부모나 주변 사람의 반응을 얻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④ 감각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에
큰 소리, 밝은 빛, 특정한 촉감, 사람 많은 공간 등이 아이에게 지나치게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⑤ 예측하지 못한 변화가 힘들기 때문에
발달장애나 자폐 특성을 가진 일부 아이들은 익숙한 순서와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큰 불안이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같은 행동도 이유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모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같은 행동이라고 해서 원인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소리를 지른다고 해봅시다.
어떤 아이는 원하는 장난감을 얻지 못해서 소리를 지를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는 주변의 큰 소리가 너무 힘들어서 소리를 지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불안해서 소리를 지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만 보고
"이 아이는 떼를 쓴다."
라고 단정하기보다
"이 행동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가?"
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행동을 관찰하는 간단한 방법
부모가 모든 행동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다음 세 가지를 기록해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행동 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무엇을 요구했는가?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는가?
사람이 많았는가?
어려운 활동이 시작되었는가?
아이는 무엇을 했을까?
울었다.
소리를 질렀다.
도망갔다.
물건을 던졌다.
사람을 밀었다.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원하는 것을 받았는가?
활동이 중단되었는가?
부모가 달래주었는가?
조용한 장소로 이동했는가?
이렇게 관찰하다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보일 수 있습니다.
5. '하지 마!'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막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행동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의사소통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 물건을 던짐
부모:
❌ "던지면 안 돼!"
에서 끝내기보다
✅ "싫어요라고 말해."
또는
✅ "도와주세요라고 해볼까?"
처럼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대체 방법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말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손짓, 그림, 사진, AAC 등 다른 의사소통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6. 감각적인 어려움도 살펴보세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때 감각 특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기 소리를 극도로 싫어한다.
옷의 특정 재질을 입지 못한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힘들어한다.
음식의 질감에 매우 민감하다.
밝은 빛을 불편해한다.
이런 경우 부모가 보기에는 '유난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실제로 매우 불편한 자극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을 줄이는 것만 생각하기보다 아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환경을 함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7. 모든 반복행동을 없애야 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이에게 반복행동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행동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거나 감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아이에게 위험한지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하는지
다른 사람과의 생활에 큰 어려움을 만드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행동을 없애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8. 부모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먼저 아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 "왜 또 이래?"
⭕ "무엇이 힘들었을까?"
❌ "말을 안 들어."
⭕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직 어려운 걸까?"
❌ "떼쓰는 버릇을 고쳐야 해."
⭕ "이 행동 대신 사용할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부모의 질문이 달라지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집니다.
치료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이해'입니다
발달장애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부모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행동이 심하거나 자해·타해의 위험이 있거나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한다면 전문가의 평가와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의사소통, 환경 조절, 행동중재 등을 아이에게 맞게 계획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ABA 역시 이런 행동을 이해하고 적절한 행동과 의사소통을 배우도록 돕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어떤 치료를 선택하든 출발점은 같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문제'로만 보지 않고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
부모가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3가지
① 행동이 나타난 상황을 기록하기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기 전 나타났는지" 간단하게 적어보세요.
② 아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할 방법 만들어주기
말뿐 아니라 손짓, 그림, 사진 등 아이에게 편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③ 작은 의사소통에도 바로 반응하기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부모를 바라보는 작은 행동도 의사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부모가 반응해 주면 아이는
"내가 표현하면 엄마가 알아주는구나."
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 유안의 한마디
아이의 행동이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지치고 화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반복해서 소리를 지르고, 울고, 물건을 던질 때 그 행동만 바라보면 부모도 아이도 점점 힘들어집니다.
그럴 때 잠시 멈추고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우리 아이가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행동은 때로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위험한 행동은 안전을 위해 제한해야 하고, 아이에게 더 적절한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하지만 행동을 없애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행동이 필요하지 않도록 아이에게 다른 표현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이해하는 순간 부모의 질문도 달라집니다.
"왜 저럴까?"에서
"무엇이 힘들었을까?"로.
"어떻게 혼낼까?"에서
"어떻게 도와줄까?"로.
그 작은 질문의 변화가 아이와 부모 사이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아이의 마음을 먼저 바라봐 주세요.
그 행동 뒤에는 부모에게 아직 전달하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 나의 경험
아이가 어릴적 갑자기 거실 벽에 이마를 콩콩 박기 시작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바로 아이를 붙잡고 "안 돼! 하지 마!"라고 소리치며 몸으로 막았습니다. 그런데 막을수록 아이는 더 세게, 더 자주 머리를 박으려고 했습니다.
그날 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게 언제부터 시작됐지?"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행동은 항상 저녁 6시쯤, 제가 동생 젖병을 준비하느라 아이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을 때 나타났습니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정도 시간과 상황을 적어보니 정말 매번 같은 패턴이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이 행동이 "나 좀 봐줘"라는 신호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그 행동 자체를 막는 데만 급급해서, 정작 아이가 그 순간 뭘 원하는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봤습니다. 젖병을 준비하기 전에 미리 아이에게 좋아하는 책이나 장난감을 쥐여주고, "엄마 잠깐 이거 하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말해봤습니다. 처음 며칠은 여전히 머리를 박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2주 정도 지나자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아이가 몹시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여전히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행동 때문에 혼자 오해했던 적도 있습니다. 아이가 손을 파닥거리며 흔드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걱정이 앞서 어떻게든 못 하게 하려고 손을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발달센터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이 행동이 아이가 신나거나 즐거울 때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돌이켜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 놀이터에서 그네를 탈 때 유독 그 행동이 많이 나왔습니다. 위험하지도 않고, 오히려 아이가 즐거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더 이상 막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일을 겪으면서 제가 배운 건, 같은 '반복되는 행동'이라도 다 같은 이유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머리를 박는 행동은 관심을 원하는 신호였고, 손을 흔드는 행동은 즐거움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저는 아마 두 행동 모두를 무조건 막으려고만 했을 겁니다.
지금도 아이의 낯선 행동을 마주하면 예전처럼 바로 "하지 마"라고 말하기보다, 먼저 "이게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지?"를 며칠이라도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아이의 행동 뒤에 숨은 이유를 알고 나면 오히려 제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유안의 추천 읽기
참고문헌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DSM-5-TR: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Text Revision.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Identification, Evaluation, and Management of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Cooper, J. O., Heron, T. E., & Heward, W. L. Applied Behavior Analysi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Autism Spectrum Disorder (ASD).